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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선 Pricked 
@SPACE MOM 
June 27 - July 11, 2014

사람은 상상력을 확장하기 보다는 제한된 습관의 영역 안에 자신을 두려고 하는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대상에 대한 편향된 생각은 우리가 만든 것을 정확하게 보는 기회를 빼앗아 간다. 정확한 대상 읽기는 실패할 진 모르겠으나, 익숙했던 것이 낯선 것으로 떡 하니 버티고 있을 때 그것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자 하는가에 대한 스스로의 습관을 확인 할 수는 있다. 이것이 내가 집중하는 부분이다.

 

1999년 내 첫 번째 개인전 서문을 써 주신 유근영 선생님은

-그녀가 사물을 뒤틀고 왜곡하는 장난(?)을 한다는 것으로써 사고 한다는 특이함을 본다. 그러기에 지선이는 일상의 사물을 가지고 이리저리 장난을 하면서 혼자서 노는 그런 아이 같은 모습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라고 적어주셨는데..

 

사실 나는 내 몸을, 주변의 사물을, 오가는 말을 가지고 장난하길 즐긴다.

몸을 이리저리 꼬아 여러 시점에서 사진을 찍어 어느 부분인지 예측 못하게 만들던지, 다른 부분으로의 착각을 유도한다던지, ‘거지 똥꼬에서 콩나물을 빼 먹어라’란 얘기에 실제로 한지로 캐스팅한 몸에 콩나물을 키워 음모처럼 보이게 하던지, ‘토각귀모’란 말에 힌트를 얻어 실제 소의 뿔, 뼈에 내 털을 이식시키거나, 사진의 피부가 실제 피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인 닭살이 난 것처럼 보이게 사진 뒤에서 구멍을 하나하나 침으로 뚫는다던지, ‘저 입을 재봉틀로 박아버려’란 말에 사진 위에 재봉질을 하는 장난을 한다.

이 장난들은 순간적인 생각에서 출발하는 것 같지만 좀 더 파고 들어가면 한 순간이 아니라 그간 차곡차곡 모이고 모였던 어떤 것들이 쌓이고 쌓였다가 마지막 한 개가 넘치면서 쏟아져 나오는 것 이다.

이 장난이 나와 그것들-사물, 말-과의 관계를 맺는 과정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눈치도 없고, 행간도 잘 읽지 못해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경험들이 사물과, 혹은 말들이 나에게 어떻게 다가 왔는지, 나와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설명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직접 먹어 봐야 맛을 느끼듯 내 눈으로 본 것, 내가 생각한 것, 남들이 아닌 ‘나와 그것의 (언제 변할지 모를)관계’를 유머 있게 표현 하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작업이다.

 

2014 윤지선 작가노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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